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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려다 흐름을 잃게 되는 투두리스트의 함정

by 레이어드디 2025. 12. 20.

투두리스트의 함정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업무와 개인적인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투두리스트'라는 도구를 선택합니다. 머릿속에 쌓여있는 할 일들을 텍스트로 옮겨 적는 것만으로도 일단 안도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이 리스트가 때로는 우리의 집중력을 갉아먹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오랜 시간 투두리스트를 활용해 오며 오히려 실천력이 떨어지고 자책감에 빠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오늘은 투두리스트가 왜 우리의 집중을 방해하는지, 그리고 흐름을 유지하는 리스트 작성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투두리스트가 집중의 흐름을 방해하는 심리적 기제

많은 사람이 투두리스트를 열 때마다 오히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험을 합니다. 이는 리스트를 확인하는 행위 자체가 뇌에 '새로운 판단'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겪었던 가장 큰 문제는 하나의 기획안을 작성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 투두리스트를 여는 순간 발생했습니다. 화면에는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 10여 개가 동시에 나열되어 있었고, 그 속에는 '메일 답장하기' 같은 사소한 일부터 '주간 보고서 작성' 같은 무거운 일들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이때 뇌는 즉시 '비교 모드'로 전환됩니다. 지금 하려던 기획안 작성이 정말 최우선인지, 아니면 5분이면 끝날 메일 답장을 먼저 해서 리스트의 항목 하나를 지우는 게 나을지 끊임없이 저울질하게 됩니다. 이러한 판단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특히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설계나 글쓰기 같은 작업에 몰입하려 할 때, 리스트를 보는 행위는 형성되던 집중의 맥락을 가차 없이 끊어버립니다.

실제로 제가 리스트를 확인한 후 다시 원래 작업으로 돌아오려 할 때, "내가 어디까지 생각했더라?"라며 흐름을 복원하는 데만 1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곤 했습니다. 이런 전환이 하루에 대여섯 번만 반복되어도 우리의 집중은 얕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투두리스트는 일을 돕기 위해 존재하지만, 사용 방식에 따라 집중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방해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뇌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선택지를 마주하지 않도록 관리와 실행의 영역을 철저히 분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2. 과도한 투두리스트가 유발하는 불안과 미완료 감각의 악순환

투두리스트의 두 번째 함정은 해야 할 일의 '총량'을 한꺼번에 드러내어 사용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준다는 점입니다. 저는 과거에 의욕이 앞선 나머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 없이 리스트에 집어넣었습니다. 아침에 작성한 리스트를 오후쯤 다시 열어보면, 완료된 항목보다 아직 남아 있는 '미완료' 항목들이 훨씬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때부터 집중력은 현재의 작업이 아닌 '남은 일들'로 옮겨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손은 지금 당장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이거 언제 다 끝내지?", "저 일은 퇴근 전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집중은 현재에 머물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투두리스트가 미래의 부담을 현재로 끌어오면서 사고의 흐름을 조각내는 것입니다. 제가 겪었던 가장 고통스러운 지점은 퇴근길의 허무함이었습니다. 분명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며 여러 일을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에 남은 몇 가지 일들 때문에 "오늘 하루 제대로 한 게 없네"라는 자책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이런 미완료 감각은 자기 효능감을 급격히 떨어뜨립니다. 투두리스트를 작성하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다 보니 나중에는 아예 리스트 작성을 회피하게 되었고, 결국 닥치는 대로 일만 처리하는 수동적인 상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제 삶에 대한 컨트롤권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은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투두리스트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을 넘어 우리를 감시하는 감옥이 되지 않으려면, 한 번에 마주하는 정보의 양을 조절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해야 합니다.

3. 집중과 흐름을 지켜주는 지속 가능한 투두리스트 활용 전략

투두리스트로 인한 실망감과 집중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선택한 방법은 '단위의 확장'과 '관리의 분리'였습니다. 매일 아침 빡빡한 리스트를 작성하는 대신, 저는 주 단위로 리스트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변수를 통제하려다 보니 컨디션 난조나 갑작스러운 일정에 리스트가 무너지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주 단위로 범위를 넓히자 오늘 조금 부족했더라도 내일 보완할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겼고, 이는 곧 실천 지속성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집중의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 '전략적 시야 차단'을 도입했습니다. 관리용 리스트에는 전체 할 일을 적어두되, 실제 작업을 시작할 때는 오직 '지금 당장 할 일 한 가지'만 포스트잇이나 별도의 메모장에 옮겨 적고 투두리스트 앱은 종료했습니다. 전체를 내려다보는 관리의 시야와 하나에 몰입하는 집중의 시야를 강제로 분리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니 리스트를 확인할 때마다 발생하던 판단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작업 도중 떠오른 아이디어나 새로운 할 일은 별도의 공간에 체크함으로써 사고의 맥락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투두리스트는 나를 압박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보조 수단이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일을 적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이 리스트를 보고 언제 보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나만의 기준입니다. 저는 이제 리스트를 다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대신 오늘 하루 내가 지켜낸 '집중의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정리에만 급급하다 흐름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집중은 시야가 넓을 때가 아니라, 지금 해야 할 단 하나가 선명할 때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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