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무언가 시작할 때 늘 드라마틱한 변화를 꿈꿉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한 달 만에 10kg이 빠지길 바라고, 블로그를 시작하면 며칠 안에 수천 명의 방문자가 들어오길 기대하죠. 하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는 변화의 속도는 냉혹할 만큼 느립니다. 특히 아주 작은 습관부터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작은 실행 속도'는 때로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삶에서 체득하는 진리는 명확합니다. 가장 빠른 길은 가장 큰 보폭으로 뛰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작은 보폭일지언정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왜 작은 실행 속도가 결과적으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작은 실행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는 이유와 착시 현상
우리가 '작은 실행 속도'를 보며 불안함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뇌가 '가시적인 결과'에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책 한 페이지를 읽거나, 줄넘기를 딱 10번만 하는 행위는 당장 우리의 삶을 바꾸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미미한 변화는 성취감을 주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이고, 결국 "이렇게 해서 언제 목표에 도달하겠어?"라는 자기 의심을 낳습니다.
사실 이러한 느림은 절대적인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적인 비교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SNS나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결과값'만을 소비합니다. 누군가 1년 만에 자산가로 변모했거나, 단기간에 실력을 쌓아 성공했다는 서사는 화려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수천 번의 작은 시도들은 생략되곤 합니다. 화려한 결과라는 기준점에 '오늘 나의 작은 발걸음'을 대입하니, 나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느려 보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줄넘기 수행평가를 준비하며 이 착시 현상을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당시 저는 소위 말하는 '몸치'였습니다. 남들은 가볍게 넘는 2단 뛰기(씽씽이)를 단 한 개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친구들이 공중에서 가볍게 발을 구르며 두 번의 회전을 만들어낼 때, 저는 줄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때 느꼈던 속도감은 거의 '0'에 수렴했습니다. 매일 5분씩 연습을 시작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여전히 단 한 번의 성공도 거두지 못했죠. 남들이 보기엔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였지만, 실상은 제 몸이 줄의 궤적과 점프의 타이밍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보이지 않는 속도'를 쌓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작은 실행은 이처럼 표면 아래에서 뿌리를 내리는 시간입니다. 흙 위로 싹이 돋아나기 전까지 식물의 성장은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뿌리가 단단하게 자리를 잡아야 비로소 급격한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2. 반복 가능성을 만들면서 작은 실행 속도의 누적 원리
효율성을 따지는 사람들은 묻습니다. "한 번에 100을 하는 게 1씩 100번 하는 것보다 빠르지 않나요?"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력은 유한한 자원이라는 점을 간과한 계산입니다. 무리한 계획은 반드시 중단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큰 에너지를 쏟아부어 속도를 높이면, 우리 뇌는 그것을 '고통'으로 인식하고 방어 기제를 작동시킵니다. 결국 며칠 못 가 포기하게 되고, 멈춰 선 순간부터 누적 속도는 0이 되어버립니다.
반면 '작은 실행 속도'의 핵심은 바로 '반복 가능성'에 있습니다. 아무리 피곤한 날이라도, 아무리 의욕이 없는 날이라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실행의 단위를 낮추는 것입니다. 저는 줄넘기 연습을 할 때 '성공 개수'를 목표로 잡지 않았습니다. "일단 잠자기 전 집 앞에 나가서 줄을 잡는다"는 아주 사소한 행동 자체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어떤 날은 컨디션이 좋아 몇 번 시도해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발등만 몇 번 때리고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오늘도 했다'는 감각을 유지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실행의 문턱을 낮추니 중도 포기라는 선택지가 사라졌습니다. 실행이 작아질수록 심리적 저항은 줄어들고, 그만큼 매일 지속할 확률은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작은 실행이 매일 쌓이면 어느 순간 복리의 원리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저의 줄넘기 실력은 어느 날 갑자기 계단식으로 상승했습니다. 수백 번 넘어지며 쌓인 감각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자, 단 한 개도 못 하던 제가 2단 뛰기를 성공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속도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느린 진행'이 아니라 '완전한 멈춤'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3.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체감되는 작은 실행 속도의 가속도
많은 분이 궁금할 것입니다. "도대체 언제쯤 이 지루한 과정이 끝나고 결과가 보일까?" 작은 실행이 쌓여가는 과정은 선형적인 그래프가 아닙니다. 일정 구간까지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갑자기 수직으로 상승하는 지수 함수 형태를 띱니다. 이 지점을 통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작은 실행 속도'가 사실은 얼마나 무서운 무기였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이 가속도가 붙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자동화'입니다. 매일 반복하는 작은 실행은 뇌의 신경 회로를 재구성하여 의지력을 거의 쓰지 않고도 행동하게 만듭니다. 시작하는 데 걸리는 예열 시간이 짧아지니 전체적인 속도가 빨라지는 것입니다. 둘째는 '자신감의 축적'입니다. "나는 내가 정한 사소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이 확립되면, 더 큰 도전 앞에서도 망설임이 줄어듭니다.
저의 줄넘기 사례를 다시 돌아보면, 2단 뛰기를 단 한 번 성공하기까지는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첫 성공 이후, 두 개, 세 개로 늘려가는 시간은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몸이 리듬을 기억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실행의 질을 완전히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과거에 실패했던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큰 목표를 세우느라 발생한 '중단의 공백'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불타오르다가 한 달을 쉬는 방식은 결국 뒤로 후퇴하는 속도를 만듭니다. 하지만 작게나마 꾸준히 이어온 사람에게는 시간이 갈수록 가속도가 붙습니다. 나중에는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습관이라는 관성이 당신을 목표 지점까지 밀어 올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