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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by 레이어드디 2025. 12. 27.

작심삼일의 반복

우리는 계획이 며칠 만에 무너질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곤 합니다. 의지가 약해서, 혹은 성실하지 못해서라고 결론 내리며 자존감을 깎아내리기 일쑤죠. 하지만 작심삼일은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설계한 실행 구조의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왜 우리의 결심은 늘 며칠을 넘기지 못하는 걸까요? 그 원인을 마음가짐이 아닌 '시스템'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보고자 합니다.

1. 작심삼일 왜 우리는 매번 같은 지점에서 무너지는가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우리는 보통 충만한 의욕과 함께 출발선에 섭니다. "이번에는 정말 다르겠지", "그동안 미뤄왔던 일도 이번만큼은 해낼 수 있을 거야"라는 기대감이 샘솟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상식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매일 아침 신문을 정독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 적이 있습니다. 종이 신문을 구독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유튜브 뉴스 채널이라도 챙겨보겠노라 다짐하며 앱 메인 화면을 뉴스 섹션으로 배치하기도 했죠.

처음 하루 이틀은 뿌듯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접한다는 감각이 안도감과 자신감을 만들어주었으니까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결심은 서서히 흐려졌습니다. 종이 신문은 현관 앞에 쌓여만 갔고, 유튜브를 켜면 뉴스보다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알고리즘 영상에 눈길이 먼저 갔습니다. 결국 뉴스 앱은 확인조차 하지 않게 되었고, 저는 다시 '작심삼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거의 자동적으로 실행이 멈춘 원인을 자신의 나약함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만약 문제가 정말 '의지'의 문제라면, 사람마다 결과가 훨씬 다양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한 달을 버티고 누군가는 하루 만에 포기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나 현실에서는 놀랍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3일 전후라는 비슷한 시점에 멈춰 섭니다. 이는 작심삼일이 개인의 결함이라기보다, 인간의 뇌와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발생하는 일종의 '구조적 오류'임을 시사합니다. 실패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순간, 우리는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결심하고 똑같은 구조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같은 지점에서 다시 넘어집니다. 반복을 멈추고 싶다면 나를 탓하기 전에 내가 만든 계획의 설계도를 먼저 펼쳐봐야 합니다.

2. 작심삼일 유발하는 잘못된 실행 구조의 세 가지 비밀

그렇다면 우리를 실패로 몰아넣는 구조적 결함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제가 뉴스를 챙겨보려다 실패했던 경험을 복기해 보니 세 가지 결정적인 구조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째, '최상의 컨디션'을 기준으로 세운 계획입니다. 우리가 계획을 세우는 시점은 대개 에너지가 넘치고 의욕이 충만할 때입니다. 이때의 우리는 '이상적인 나'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저는 출근 전 30분 동안 조용히 앉아 신문을 정독하는 완벽한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전날의 야근으로 피곤에 찌든 나, 늦잠을 자서 머리도 못 말리고 나가는 나에게 '30분 정독'은 불가능한 미션이었습니다. 상황은 바뀌었는데 계획은 그대로이니, 실행은 성취가 아니라 거대한 부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둘째, 실행의 기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입니다. 많은 계획은 '이 정도는 해야 의미가 있다'는 강박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뉴스를 볼 때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깊이 있게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뉴스 헤드라인만 훑어보는 날에는 "제대로 안 했어"라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기준이 너무 높으면 작은 변수에도 계획이 쉽게 무너집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100%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결국 "오늘은 못 하겠으니 아예 하지 말자"는 포기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셋째, '멈춤'을 곧 '실패'로 규정하는 흑백논리입니다. 하루를 건너뛰면 우리는 흐름이 완전히 깨졌다고 착각합니다. 저 역시 이틀 정도 뉴스를 보지 못하자 "이미 망했네, 다음 달부터 다시 제대로 해야지"라며 손을 놓아버렸습니다. 사실 며칠 쉰 것은 일시적인 정지일 뿐인데, 이를 완전한 중단으로 해석해버린 것이죠. 이 세 가지 구조가 맞물리면 작심삼일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지속하기가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설계를 했기 때문입니다.

3. 작심삼일 극복을 위한 환경 설계와 관점의 전환

작심삼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제가 선택한 방법은 '의지력 강화'가 아니라 '구조의 변경'이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저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제가 처한 환경 속에서 가장 저항이 적은 방법을 찾아 나섰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은 해결책은 바로 '라디오'였습니다.

글자가 가득한 신문을 펼치거나 집중력을 요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는 대신, 출퇴근 시간에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듣기로 했습니다.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버려지는 시간'에 귀만 열어두면 되니 따로 시간을 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피곤한 날에도 라디오는 그냥 틀어두기만 하면 정보가 흘러들어왔습니다. 텍스트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듣는 행위'로 바꾸자 실행의 문턱이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여유 있게 뉴스 기사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바쁜 날에는 라디오를 듣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할 일을 했다"고 인정해 주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작심삼일에서 벗어나는 핵심은 '최악의 컨디션인 나'를 기준으로 계획을 수정하는 것입니다. 의욕이 하나도 없고 당장 눕고만 싶은 날에도 '이것만큼은 할 수 있다' 싶은 최소한의 단위를 설정해야 합니다. 또한, 하루 이틀 실행이 끊겼을 때 스스로에게 "괜찮아, 다시 이어가면 돼"라고 말해줄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구조를 조정하라는 신호일 뿐입니다.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결심을 얼마나 오래 붙잡느냐가 아니라, 결심이 흔들려도 행동이 이어질 수 있게끔 환경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가 신문 대신 라디오를 택하며 자존감을 회복했듯, 여러분도 실행이 멈춘 지점을 차분히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기준을 낮추고 경로를 바꾸는 순간, 작심삼일은 더 이상 극복해야 할 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소중한 데이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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