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무언가를 꾸준히 해내는 사람을 보며 타고난 의지력이 대단하다고 찬사를 보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계속하는 사람들'의 비밀은 강철 같은 의지가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에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계속하는 나'가 되기 위해 매일매일 완벽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특히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는 마음이 그랬죠. "일주일에 세 번은 꼭 안부 전화를 드려야지", "한 달에 한 번은 꼭 찾아봬야지"라는 높은 기준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의 파도에 휩쓸리고 사회생활에 치이다 보면, 그 다짐은 어느새 죄책감이 되어 돌아옵니다. 전화를 한 번 거르면 '나는 불효자'라는 낙인이 스스로의 마음속에 찍히고, 그 낙인은 오히려 부모님께 연락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나'로서의 정체성을 지켜갈 수 있는지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1. 계속하는 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적, '완벽'이라는 이름의 기준
우리가 쉽게 무너지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시작과 동시에 세워버리는 '높은 기준' 때문입니다. 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의욕이 넘치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해야 의미가 있다"라고 스스로 선을 긋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면 매일 1시간, 독서를 시작하면 매일 50페이지 같은 식이죠. 하지만 삶은 언제나 변수로 가득합니다. 갑작스러운 야근, 컨디션 난조, 예상치 못한 경조사는 우리의 계획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습니다.
저의 경우,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는 일이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지점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적어도 10분 이상은 다정하게 통화해야지"라는 기준을 세우니, 업무로 지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날에는 아예 전화를 피하게 되더군요. '제대로 못 할 바엔 차라리 나중에 제대로 하자'는 생각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만듭니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필요합니다. 기준은 나를 채찍질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지속하게 만드는 가이드라인이어야 합니다. 기준이 너무 높으면, 그 기준을 지키지 못한 나를 '실패자'로 규정하게 됩니다. "어제 전화를 못 했으니 나는 불효자야", "오늘 운동을 못 했으니 나는 끈기 없는 사람이야"라는 부정적인 자기 인식이 생기는 순간, '계속하는 나'는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평가하는 잣대가 너무 가혹하지 않은지 점검해야 합니다.
2. 행동의 크기가 아닌 연결에 집중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계속하는 나
'계속하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은 어마어마한 성취를 이룬 끝에 주어지는 훈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행동이라도 끊어지지 않게 이어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진정한 '계속하는 나'를 만드는 핵심은 행동의 '양'이 아니라 '연결성'에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이 기준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습니다. "10분간 다정한 통화"라는 무거운 기준 대신, "끊기지 않는 안부"라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너무 바빠서 통화할 기운이 없는 날에는 "엄마, 오늘 너무 바쁘네. 내일 전화할게요. 사랑해요."라는 짧은 문자 한 통을 남겼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문자 한 통이 무슨 효도야'라며 자책했겠지만, 기준을 바꾸고 나니 이 문자 한 통이 저와 부모님 사이의 끈을 유지해 주는 소중한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작은 연결은 저의 정체성을 바꿔 놓았습니다. 가끔 전화를 못 드려 죄송함에 짓눌리던 '불효자'에서, 어떻게든 마음을 전하려 노력하는 '계속 노력하는 아들'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행동의 크기를 줄이면 실패할 확률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며칠에 한 번이라도, 혹은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그 일을 다시 생각하고 손을 뻗었다면 당신은 이미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단은 실패가 아니라 흐름의 일부일 뿐입니다. 흐름이 잠시 느려졌을 뿐, 멈춘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합니다.
3. 중단과 복귀를 포용하는 유연한 기준이 계속하는 나를 만든다
우리의 인생 그래프는 결코 우상향하는 직선이 아닙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굴곡진 선이죠. 따라서 현실적인 기준에는 반드시 '중단'과 '슬럼프'에 대한 대비책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계속하는 나'를 만드는 진짜 힘은 한 번도 쉬지 않는 연속 기록이 아니라, 멈췄을 때 다시 돌아오는 '복귀 능력'에서 나옵니다.
저는 사회생활이 유독 힘들었던 어느 달, 부모님께 보름 넘게 연락을 드리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이미 망했어. 이제 와서 연락드리면 뭐라고 하시겠어. 그냥 명절 때나 연락하자"라며 자포자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이 계속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한 뒤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보름의 공백이 있었지만, 다시 전화를 거는 그 순간 저는 다시 '계속하는 사람'의 궤도로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복귀 경험이 쌓이면 단단한 안정감이 생깁니다. '내가 지금 잠시 멈췄지만, 나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믿음이 생기면 예기치 못한 중단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기준은 나를 심판하는 판사가 아니라, 내가 길을 잃었을 때 돌아올 곳을 알려주는 등대여야 합니다. 결국 '계속하는 나'는 특별한 재능이나 결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를 포기하게 만드는 가혹한 기준을 버리고, 나를 보호하고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자비로운 기준을 세울 때 우리는 비로소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