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하지 못할 때마다 의지력을 먼저 떠올립니다. 마음이 약해졌고, 각오가 부족했으며, 꾸준하지 못한 성향 때문이라고 쉽게 결론 내립니다. 하지만 실행이 끊기는 원인은 개인의 의지력보다, 그 행동을 지탱하는 시스템의 부족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의지력에 기대는 실행이 반복해서 무너지는지, 그리고 시스템이 만들어질 때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왜 의지력을 실행의 기준으로 삼게 되는가
무언가를 계속하지 못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봅니다. 의지력이 약해졌기 때문이고, 마음을 단단히 붙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더 강하게 결심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이번에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합니다. 이런 방식은 얼핏 책임감 있는 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행을 오래 이어가게 만들기보다 중단의 원인을 개인에게 고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를 나에게만 돌리는 순간, 실행이 멈춘 이유를 다시 살펴볼 여지는 사라집니다. 하지만 의지력은 본래 안정적인 자원이 아닙니다. 하루의 컨디션, 감정 상태, 외부 일정, 예상치 못한 사건에 따라 쉽게 흔들립니다. 어떤 날에는 같은 행동이 가볍게 느껴져 자연스럽게 손이 가지만, 다른 날에는 유난히 버겁게 다가옵니다. 이 차이는 의지력의 강약이라기보다, 그날의 상황과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행의 지속 여부를 늘 의지력에 맡겨왔습니다. 이렇게 되면 행동은 의지력이 충분한 날에만 가능한 일이 됩니다. 평범한 날, 피곤한 날, 마음이 흔들리는 날의 나는 실행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됩니다. 결국 실행은 중단과 재시작을 반복하게 되고, 우리는 또다시 의지를 다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반복은 의지를 단련시키기보다는, 의지에 대한 기대만 높일 뿐입니다. 실행이 끊기는 이유를 의지에서 찾는 한, 같은 방식의 중단은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의지력에 의존한 실행이 쉽게 끊어지는 이유
의지력에 기대는 행동은 늘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지금 이 순간에 충분한 의미가 있는지를 계속해서 묻게 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게 떠오를 때는 행동이 비교적 수월하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설득이 잘되지 않는 날도 많습니다. 이유가 희미해지고 의미가 느껴지지 않는 순간, 행동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립니다. 이렇게 되면 행동은 의지력이 충분한 날에만 가능한 일이 되고 의지가 약해진 날에는 시작조차 어려워집니다. 문제는 이런 날이 예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날은 특별히 의욕적이지도, 완벽히 준비된 상태도 아닙니다. 피곤한 날도 있고, 마음이 가라앉은 날도 있으며, 예상보다 일정이 빽빽한 날도 있습니다. 이런 평범한 날의 나는 행동을 이어갈 조건을 갖추지 못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실행은 일부 날에만 가능한 선택이 되고 나머지 날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됩니다. 의지력에 의존한 실행은 이처럼 중단과 재시작을 반복하게 만듭니다. 한 번 흐름이 끊기면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하고 다시 시작할 때마다 더 강한 결심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행동을 이어가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지속이 어려운 이유는 행동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행동을 떠받치는 방식이 지나치게 의지에 의존해 있기 때문입니다. 의지력만으로 유지되는 행동은 언제든 멈출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의지력보다 시스템이 행동을 이어가게 만드는 이유
시스템은 의지력의 상태를 묻지 않습니다. 하고 싶든 그렇지 않든, 기분이 어떻든 상관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조건을 미리 정해둡니다. 오늘 의욕이 있는지, 마음이 안정적인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도록 행동의 흐름을 앞서 만들어두는 방식입니다. 언제 할지, 무엇을 할지, 어디까지 하면 충분한지를 미리 정해두면 그날의 마음 상태는 더 이상 행동 여부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선택의 부담이 줄어들수록, 행동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때 행동은 결심의 결과가 아니라 환경의 결과로 나타납니다. 책상이 정리되어 있으면 특별한 각오 없이도 자리에 앉게 되고, 준비된 운동복이 눈에 보이면 몸이 먼저 움직입니다.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를 설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거의 의지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행동을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열려 있는 선택으로 만들어줍니다. 지속이 가능한 행동은 강한 의지력에서 나오기보다, 반복 가능한 조건과 흐름에서 만들어집니다. 하루를 건너뛰더라도 다시 돌아오기 쉬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흐름이 유지되는 한, 행동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시스템이 있는 행동은 멈춤을 실패로 만들지 않고 잠시 쉬어가는 구간으로 남겨둡니다. 결국 시스템의 역할은 행동을 자동화하는 데 있습니다. 의지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입니다. 의지력은 순간의 힘이지만, 시스템은 일상의 일부가 됩니다. 그래서 오래 이어지는 행동은 언제나 마음의 상태보다, 어떤 조건과 환경 위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