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품고 살지만, 그것을 꾸준한 일상의 루틴으로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글쓰기에 실패하는 이유를 의지력 부족이나 재능의 부재에서 찾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경험하며 깨달은 사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글쓰기가 멈추는 진짜 이유는 '글을 못 써서'가 아니라, '시작하는 문턱이 너무 높아서'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부담 없이 글쓰기 습관을 일상에 안착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글쓰기 습관 형성을 방해하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의 함정
많은 사람이 글쓰기 습관을 들이겠다고 다짐하며 첫 문장을 떼기 전부터 이미 '완성된 형태의 글'을 머릿속에 그립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멋진 통찰이 담긴 글, 기승전결이 완벽한 포스팅을 매일 올리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습니다. 유명 블로거들의 유려한 문장과 깊이 있는 분석을 보며 감탄하는 동시에, 제 글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작게 만들었습니다. "이 정도 퀄리티가 아니면 발행할 의미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하자, 글쓰기는 즐거움이 아닌 거대한 숙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완벽주의는 글쓰기의 가장 큰 적입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 의미 있는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은 우리를 컴퓨터 앞에 앉기도 전에 지치게 만듭니다. 제가 겪었던 가장 큰 고비는 '쓸 거리가 없는 날'이었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거나 컨디션이 난조인 날에는 아예 글쓰기 도구조차 열지 않게 되더군요. 그렇게 하루 이틀 거르다 보니,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결국 글쓰기는 '특별한 영감이 찾아오는 날에만 수행하는 특별한 행동'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글쓰기 습관의 성패는 글의 퀄리티가 아니라 '지속성'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완벽한 글을 한 번 쓰는 것보다, 부족한 글이라도 매일 한 줄 적는 것이 훨씬 어렵고도 가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습관을 형성하는 초기 단계에서 '작가'가 되려 하기보다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단순히 나의 흔적을 남긴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2. 노션을 활용한 최소 실행, 글쓰기 습관의 문턱을 낮추는 법
좌절 끝에 제가 선택한 방법은 최소 실행 전략이었습니다. 목표를 거창한 포스팅 한 편이 아니라 '딱 한 줄만 쓰기'로 수정한 것입니다. 이때 제가 활용한 도구는 노션이었습니다. 노션의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활용하면 날짜가 자동으로 기록되고, 제가 쓴 글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각적 피드백'은 글쓰기 습관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단순하게 시작했습니다. "오늘 점심은 맛있었다", "비가 와서 기분이 가라앉는다" 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짧은 문장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가 매일 노션을 켜고 무언가를 남겼다는 사실 그 자체였습니다. 컨디션이 최악인 날에도 '키보드를 열고 한 줄을 남긴다'는 기준은 지키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여가는 데이터들을 보며 묘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나는 어제도 썼고 오늘도 썼다"는 자기 효능감이 저를 다시 책상 앞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놀라운 변화는 그다음부터 일어났습니다. 한 줄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면, 신기하게도 두 줄, 세 줄이 써지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한 줄이라는 낮은 문턱이 일단 저를 실행의 영역으로 끌어들였고, 일단 시작하고 나면 뇌는 자연스럽게 다음 문장을 찾아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글쓰기 습관은 의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임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저에게 글쓰기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세수나 양치질처럼 이미 일상에 열려 있는 당연한 행동이 되었습니다.
3. 한 줄의 반복이 가져다주는 내면의 질서와 글쓰기 습관의 완성
한 줄씩 남기는 행위가 반복되자, 이것은 단순히 텍스트의 나열을 넘어 제 내면의 질서를 잡는 과정으로 발전했습니다. 매일 밤 짧게라도 글을 남기다 보니 산만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요동치던 감정들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글쓰기는 제 멘탈 관리의 핵심 도구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썼다면, 이제는 제 마음을 돌보기 위해 스스로 글을 찾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글쓰기 습관이 정착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은 핵심은 글쓰기 습관은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남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오늘의 글이 어설퍼 보여도 상관없습니다. 며칠 바빠서 거르더라도 다시 돌아와 한 줄을 적을 수 있는 가벼운 마음가짐만 있다면 그 습관은 끊긴 것이 아닙니다. 많은 양의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쉽게 시작하고 쉽게 이어갈 수 있는 자신만의 '최소 단위'를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결국 꾸준함의 비결은 재능이나 대단한 의지력이 아니라, 시작을 얼마나 가볍고 만만하게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분이 계신다면, 오늘 당장 멋진 글을 쓰겠다는 다짐 대신 '노트 앱을 열고 오늘의 날씨 한 줄 적기'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그 한 줄이 씨앗이 되어 훗날 여러분만의 울창한 글의 숲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글쓰기 습관의 기적은 바로 그 사소한 한 줄에서 시작됩니다.